지난 2월에 다녀온 전시회를 이제야 정리. 이 전시 벌써 다 끝나버렸겠네 ;;; 2월에 여러 가지 미션을 가지고 도쿄에 갔는데, 그 중 하나가 과학과 관련된 전시를 보고오는 것이었다. 가기 전에 열심히 웹에서 검색을 해보니 『Cyber Arts Japan: Ars Elctronica - 30 years for Art and Media Technology』라는 전시를 찾아냈다. 하고있는 곳은 키바에 위치한 도쿄도현대미술관. Eximus로 찍은 사진은 [7th + 8th roll] MOT에 지난 번에 올렸다. :)
Ars Electonica라고 하는 세계적인 미디어아트 축제가 오스트리아의 Linz에서 매년 열린다고 한다. 이 전시회는 Ars Electronica의 30주년을 기념해서 MOT에서 하는 미디어아트 기획전으로 특별히 일본의 예술과 기술에 초점을 맞추었다.
사실 미디어아트 전시는 처음 보았는데 참 난해했다. 전시를 관람하면서 계속 드는 의문은 대체 어디가 '기술'이라는 것일까, 라는 점이었다. 물론 전통적인 예술의 표현방식이 아니라 기계를 사용한다거나 기술의 진보를 이용했으니까 그들은 '기술'과의 만남이라고 하겠지만, 글쎄 내가 보기에는 예술의 한 표현 방식으로 기술을 사용했다고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들과 상상하지 못 했던 새로운 작품들을 보는 것은 재미있었다.
기술을 사용하면서 이 예술들이 얻을 수 있는 한 가지 장점은 쌍방향 소통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미술관 안에서만 아니라 미술관 밖에서도, 미술관을 떠나서도 작품과 소통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 있던 사람들과도 소통할 수 있다. 「호흡하는 미술관」이라는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미술관의 CO2 농도를 측정해서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이미지를 통해 그 증감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젝트였다. 까먹고 있었는데, 지금 들어가보니 전시 기간 내내 측정된 이산화탄소의 변화를 볼 수 있다. http://canshow.org/breath/ 미술관에서 방출된 이산화탄소는 결국 관람객들이 방출해낸 것이니까, 한편으로는 결국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관람객의 농도다. 미술관을 떠나서도 시간이 지나도 그 순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숨쉬고 있었는지 느낄 수가 있다. 다른 하나는 관람을 모두 마치고 나오면 작은 포스트잇에 느낌을 써서 뒤에 붙은 바코드로 입력시키면 인터넷에 동시에 올라가고 리플도 달 수 있는 것이었는데 ... 웹 주소를 잃어버려서 어딘지 모르겠다. 아무튼 기술을 이용해 관람객들은 이제 미술관을 떠나서도 그 곳에 있는 사람들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미디어 아트라고 생각하면 왠지 시각이 위주일 것 같았는데, 이곳은 오감을 통해 예술을 보여주었다. 곳곳에 있는 신기한 영상들 뿐만 아니라, 소리를 내면 움직이는 것, 새로운 형태의 악기, 만져볼 수 있는 전시물들을 통해 시각 뿐만 아니라 다른 감각으로 느껴볼 수 있는 전시물들이 있었다. 그래도 역시 중심은 시각이었는데, 기술을 이용하니 새로운 것들이 가능하더라. 3D 안경을 쓰고 보는 영상물, 어떤 곰돌이가 길거리에 있고, 그 곰돌이의 시선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곰돌이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찍은 비디오, 건반을 누르면 화려한 색상으로 변하는 화면들, 천문학이나 수학에서 느낄 수 있는 기하학의 아름다움, 교통카드를 찍으면 어떤 위치를 보여주는 영상 등 시각적으로 즐거운 전시품들도 많이 있었다.
사진도 남아있지 않고, 팜플렛은 전시내용 처럼 난해한데다 두 달이나 지났더니 많이 까먹었다. 그래도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 난해하던 느낌은 그대로 남아있다.
기술과 예술이 만난다면 결국 어떻게의 문제가 아닐까. 이 전시에서 느끼기에는 기술을 통해 예술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매체를 사용하고, 새로운 소재가 생기고, 새로운 표현방식이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나로써는 아직 미묘해 보였다.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 기술을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은건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예술과 기술 혹은 과학의 문제는 역시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 어쨌든 전시는 새로웠고, 즐거웠다.
+ '도쿄대학 선단(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라는 곳에 관심이 생겨서 어제 홈페이지를 보다가 '교수회 세미나'가 팟캐스트로 제공되는 것을 보고 오늘 들었는데, 디지털 아트 하시는 분이 나와서 자신의 작품이랑 생각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귀로 듣기만 아쉬워서 무슨 작품인지 찾아보려고 찾아보니... Yasuhiro Suzuki라는 유명한 작가였고, (위키에도 나온다!) 혹시나 했던 작품들은 내가 이 전시에서 보고 기억에 남았던 작품들이었다. 공중에 떠있는 커다란 풍선이라던가 '눈(eye)'모양의 잎사귀를 넣으면 '눈(snow)'처럼 흩뿌려진다던가 하는 ... 오! 신기하다. 팟캐스트는 이쪽 http://www.rcast.u-tokyo.ac.jp/ja/research/meeting/index.html#100203-01. 개인 홈페이지는 이 쪽 http://www.mabataki.com/. 내가 봤던 그 작품은 'Works'에 가면 있는 Blinking Leaves 였다. Public Art를 추구한다고 하던데, 뭔가 어렵다. 그런데 흥미롭다.
특이하네요. 현대 미술이 들어오면서 이런 기술과 예술의 융합이 많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이러한 것들을 보자마자 예술인가라고 느낄 수는 없더라고요. 요즘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쓰레기/예술 이런 생각도 아직 저에게 있는 것 같고요. 말씀하진 이산화탄소 농도를 가지고 설치 미술을 한 건 진짜 기발한데요.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관람객의 농도라는 코멘트, 진짜로 마음에 들어요. 뭐랄까 엄청 촉각적인 느낌! 전에 어디서 봤었는데, 비디오를 설치해 놓고 전광판에 찍히는 화면이 실시간으로 송출되게 해놓고 그 비이도 카메라는 그냥 길거리에 설치되어 있어서 지나가던 사람들이 예술 작품 속의 인물이 되는 거요. 이런 것들 보면 참, 예술은 재미있어졌어요 :Q
처음 도쿄에 갔을 때, 벌써 5년 전인가.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오다이바였다. 레인보우브릿지가 직접 보고싶었고, 신세계가 가득한 곳일 것 같았다. 지금은 글쎄, 유리카모메 타기 귀찮아서 안 갈려고해도 어쩐지 이런 저런 이유로 자꾸 가게 된다. 그래도 갈 때마다 새롭다. 이번에는 오다이바에 있는 일본과학미래관에 방문하려고 갔다. 간김에 오오에도 온천에 또 다녀왔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난 떠나야 하는데 말이지 ...
도쿄에 있던 대부분 날이 흐렸다. 심지어 눈도 왔다. 친구들은 서울에 눈이 많이 왔다고 하니까 '눈을 데려왔구나'라고 말했지만, 눈이 잘 오지않는다는 도쿄에서 맞는 눈도 기분이 괜찮았다. 그러고 보니 올 겨울의 마지막 눈이 되었네.
숙소는 하마마츠쵸에 잡았는데, 지난 번에 머물던 저렴한 숙소에 예약이 다 차서, 그냥 교통 좋은 곳으로 했다. 도쿄타워가 보이는 방도 있다던데, 그곳은 이미 예약이 끝나서. 건너편 사무실이 보이는 곳으로 했다. 커튼을 열면, 밤 늦게까지, 그리고 아침 일찍에도 일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나의 숙소가 있는 곳은 여행자의 여행지였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의 일상이었다.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에는 별게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시 갔다. 가든 플레이스 타워 38층에 '치보'라는 오코노미야키집이 있는데, 사실 다른 곳에도 맛있는 곳은 많지만, 여긴 전망이 좋아서 오코노미야키에 맥주 한 잔 하기 딱 좋다! 지난 번에는 주말이고 한창 시간이어서 안 쪽에 앉았는데, 평일 5시에 도착하니까 창가 자리를 냉큼 준다. 오랜만에 만난 동생과 도쿄의 야경, 그리고 맥주 한 잔. 완벽한 하루의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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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선생이 하던거와는 다른건가?
2010/04/27 18:22어렵네요....
비슷한 것 같아요~ 근데 아무래도 기술이 발달해서 그런지 여러가지 도구와 기술들을 사용하고 그러더라구요. 그리고 백남준선생님 작품은 저도 잘 본적이 없어서 ;;; 예술은 어려워요 ㅠ.ㅠ
2010/05/02 10:43특이하네요. 현대 미술이 들어오면서 이런 기술과 예술의 융합이 많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이러한 것들을 보자마자 예술인가라고 느낄 수는 없더라고요. 요즘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쓰레기/예술 이런 생각도 아직 저에게 있는 것 같고요. 말씀하진 이산화탄소 농도를 가지고 설치 미술을 한 건 진짜 기발한데요.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관람객의 농도라는 코멘트, 진짜로 마음에 들어요. 뭐랄까 엄청 촉각적인 느낌! 전에 어디서 봤었는데, 비디오를 설치해 놓고 전광판에 찍히는 화면이 실시간으로 송출되게 해놓고 그 비이도 카메라는 그냥 길거리에 설치되어 있어서 지나가던 사람들이 예술 작품 속의 인물이 되는 거요. 이런 것들 보면 참, 예술은 재미있어졌어요 :Q
2010/04/28 21:39맞아요 예술인지 기술인지 미묘하죠. 오~ 저 아이디어도 기발한데요~ 서로 다른 공간이란 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게 아닐까요. 어쩌면 누구나 예술속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를 담은것 같기도 하고. 정말 예술은 재미있어요
2010/05/02 1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