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알고 있다 -
앤드루 비티.폴 R. 에얼릭 지음, 이주영 옮김, 크리스틴 턴불 그림/궁리
2010년은 UN이 정한 '생물다양성의 해'이다. '생물다양성'이란 말은 '기후변화'처럼 친절하게 그 단어 안에 무슨 문제를 다루고 있는지 포함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조금 더 들어가면 오히려 더 아리송하다. (사실 '기후변화'도 아리송하다.) 대체 어떤 '생물'을 '어떻게', '왜' 보존하자는 건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생물다양성에 대한 책을 몇 권 찾아봤는데, 우리말로 나와있는 책 중에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책이나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책을 빼놓고는 몇 권 없더라. 그 중에서 찾은 책이 이 책. 오스트렐리아 국립 생물다양성과 생물자원 센터 소장인 앤드로 비티와 스탠퍼드 생물학과 교수인 폴 R. 에얼릭이 생물다양성이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잘 설명해 준다. 두꺼워보이는 두께와 다르게 재미있어서 금방 읽은 책.
먼저 우리 지구상에는 아직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생물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아는 것은 10-20%라고. 특히 바다속에는 매우 많은 심해생물들이 있다고 한다. 생물다양성이 왜 중요하나면, 사실 인간의 삶은 생물들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 방식을 지속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바로 생물들이다. 이 저자들은 그것을 '자연 자본'이라고 표현했는데,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들이 바라는 것은 이 '자연 자본'이라는 개념이 그 가치가 파괴되기 전에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 책도 그런 일환의 하나겠지.
그럼 생물들이 우리에게 어떤 이점을 주는 지 보자. 다양한 생물들은 다양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아직 밝혀지진 않았지만, 이 유전자 해독과 유전자공학의 이용은 우리의 미래에 도움이 될것이다. 또한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들은 순환을 이루고 있어 서로에게 도움이 되면서 살아가고 있다. 항생물질을 이용해 신약을 개발할 수도 있고, 자연재해와 오염물질을 미리 측정할 수 있는 생물들도 있다. 색소와 천연소재를 얻을 수 있고, 새로운 신소재를 개발할 수 도 있다. 현재 우리의 삶에 부딪친 문제들을 자연으로 푸는 것 - 저자들은 이것을 '와일드 솔루션' 이라고 이야기 한다 -이 중요하고, 그를 위해 생물다양성이 필요한 것이다.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생물다양성과 인간생활에 대한 것을 명확하게 알려주지 못 했다는 것이다. 생물다양성을 초과하는 세 가지 O가 인구과잉, 과잉개발, 과소비라고 이야기는 했지만, 우리에게 명확한 해답은 제시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생물이 중요한 것을 깨닫고 스스로 행동 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 저자들이 하고싶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조금 명확하게 밝혀줬으면 좋겠다. 최근에 <생물다양성은 왜 중요한가?>라는 일본원서를 읽고있는데(아직 1장밖에 안 읽었지만), 생물다양성과 인간생활에 대해 잘 설명되어 있었다. 생물다양성이 지닌 경제적 가치들, 그리고 자연적으로도 파괴되는 것이지만 인간의 활동으로 그 속도가 가속화되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되어 있었다.
생물다양성, 환경계에서는 이미 알려진 이슈였겠지만, 대중과학으로써는 좀 낯설었는데 그래도 이 책을 만나고 좀 알겠다. 올해가 '생물다양성의 해'인 만큼 이런 저런 이야기도 많이 나올 것 같은데, 앞으로 지켜봐야 할 듯 - 그리고 경제적가치에 관련된 책도 한 번 찾아봐야겠다.
궁리에서 계속 좋은 책들이 나오네요. 아쉽게 제가 기다리고 있는 시리즈는 중단이 된 것 같지만요 T_T 생물다양성, 진짜 생물 시간이고 환경 시간이고 주구장창 들어왔던 단어인데, 이걸 다루는 책은 그리 많지 않네요. 생각해보니까 저도 거의 어렴풋이 배우거나 알고 있었고요. 생물 다양성의 해라니, 올해에도 기념(?)해야하는 해(?) 날(?)들이 많네요. 카펠라님 리뷰를 보니까, 책이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너무 인간의 편리나 영속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어요. 저도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궁리에서 과학 관련된 책 좋은 책 정말 많이 나와요 - 기다리시던 시리즈는 무엇인지요? 생물다양성 책 진짜 없더라구요. 올해 생물다양성 해라 쏟아져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아직은 없어요 - 혜아룜님 댓글 보고 진짜 너무 인간에 초점을 맞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몇일 전에 읽은 다른 책에서는 그런거에 초점을 맞춘 것 같지 않아서 좋은 책을 봤어요 고것도 리뷰 할께요 ㅎㅎ
이 책들도 논문에 관련 있는 듯 하면서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들. 카이스트 전봉관 교수님의 '경성 복원 프로젝트'인『경성기담』,『럭키경성』,『황금광시대』,『경성자살클럽』을 다 읽었다. 따로 따로 포스팅 하려다가 그럼 언제 다 할지 모르고, 생각한 점은 비슷했으니까 묶어서 포스팅 해 본다.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어려운 점은 그 당시의 삶을 아무래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책과 사료를 보면서 상상의 날개를 마음껏 펼칠 수는 있지만, 한계가 있다. 발달된 멀티미디어의 힘을 빌어 영상으로 보려 해도 살아보지 못한 세계를 다 알 수는 없다. 비록 같은 땅위에 살고 있지만,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체제가 다른 옛날의 이야기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개인적인 생각인지는 몰라도 국사에서 가장 알기 힘든 시기는 역시 식민지다. 조선시대는 차라리 사극을 통해 본 이미지라던가, 고등학교 국사시간에 열심히 외운 지식들이 남아있고, 해방 후에는 사진과 영상을 통해 본 자료들고 지금 사회와도 크게 다르지 않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식민지 시대에 대해 생각하면 누군가의 지배하에 있다는 것, 우리 글도 말도 쓰지 못 한다는 건 분명히 화나고 한이 맺히는 일이지만, 그 시대상은 여전히 나에게 뿌옇게 남아있다. 하지만 이 책들을 읽으면서 뿌옇던 식민지 시기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명확해졌다. 저자가 사료로 사용한 것들은 1920~30년대 신문, 잡지들. 나도 요즘 조금 보고있는데 진짜 신기한 얘기 많다. 시간이 없어서 나랑 관계 없는 내용은 그냥 넘어갔는데, 이 책들 보고나니까 다음에 다시 볼 때 혹시 우연히 관련있는 기사를 보면 읽어보고 싶을 것 같다.
제목 그대로 자살에 관한 이야기들. 오늘날에도 자살뉴스는 참 놀랍고 충격적인 뉴스이다. 그 때는 없었을 것 같았던 자살 사건이 왜 이렇게 많은지. 자살의 이유와 사정도 다양하다. 국제 삼각관계 때문에 일어난 살인과 자살, 시댁과의 갈등 때문에 선택한 자살, 잘 알려진 윤심덕-김우진의 '현해탄 정사' 미스터리, 이화여전에서 일어난 집단 따돌림으로 인한 자살 사건, 동성애 때문에 일어난 자살, 입시 지옥에서 희생된 학생들, 독립을 위한 폭탄 투척 사건. 삼각관계나 남녀사이에 관련된 이야기는 접어두고라도 그 시대에 대해 새롭게 알게된 사실들이 많았다. 먼저 입시지옥. 학교가 몇 개 없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초등학교도 시험보고 들어가고, 그것도 떨어지면 또 보고 또 보고, 그러다 나이 제한에 걸려서 못 들어가고 정말 입시지옥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집단 따돌림. 기숙사에서 돈이 없어져서 관리하던 여학생이 의심받아 결국 자살하는 내용인데, 그 땐 없었을 것만 같았던 집단 따돌림이 존재해서 놀랐다. 소위 말하는 신여성의 결혼생활에 대한 내용들도 흥미로웠는데, 시어머니는 여전히 구여성이니까 또한 사회에서 요구하는 가정의 여성의 역할은 변하지 않았으니까 비록 신학문을 배우고 연애를 해 배우자를 택해도 피할 수 없었던 고부간의 갈등과 사회와 가정 사이에서 힘들었던 모습은 왠지 슬펐다. 결국은 그 시대도 사람들이 사는 시대였고,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일들이 일어났던 것에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아,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부제 그대로 '근대 조선을 뒤흔든 살인 사건과 스캔들'이다. 크게 두 파트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에서는 살인 사건, 2부에서는 스캔들을 다룬다. 살인 사건은 처참했다. 하지만 더 슬픈 건, 식민지 시대이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던 일들이었다. 최고의 치안이라고 믿었던 경성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자 일본 경찰을은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사람들은 모두 잡아들이고, 일본 순사가 살해당하자 붙잡힌 조선 청년들은 항변도 못 한채 추궁받는다. 조선인 하녀는 일본인 여주인에게 살해당했지만, 그 여주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간다. 답답한 시대에 사람들을 홀린 사이비종교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2부의 스캔들은 식민지의 서러움은 직접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유명한 사람들의 스캔들을 다뤘다. 33인 중 한 사람이었던 중앙보육학교 박희도 교장의 요즘으로 치면 성추행사건 (키스 내기 화투라니 이게 대체 뭐야!. 순종의 장인의 부채 수난기, 유산을 둘러싼 음모와 암투, 음악가 안기영의 애정 도피 행각, '신여성 선두 주자' 박인덕의 이혼 등 이다. 이 인물들에 대해선 다양한 평가가 나올 수 있겠지만, 당시에는 유명하고 영향력있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사생활, 그 당시의 사람들은 그리고 우리들은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물론 공적인 행적도 중요하지만, 그들도 결국은 사람이었다는 것, 사생활이 있었다는 것에 오히려 친밀하게 느껴지기 까지 한다. 이게 저자가 바랬던, '사람'이 있는 인문학이 아니었을까.
이번엔 '돈'이야기 이다. 투기와 부자들의 이야기. 1부에서는 투기 소동을, 2부에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3부에서는 별난 부자들의 야이기를 다뤘다. 투기는 부동산 투기, 미두와 주식 투기이다. 부동산 투기는 정말 요즘과 비슷하다 마치 요즘에 다음 개발지가 어디일지 미리 잘 예측하고 사 두면 떼 부자가 되듯, 국제철도 종단항이 된 나진를 미리 사 두었다 엄청난 부자가 되기도 하고, 유력한 후보지였던 청진에 땅을 사두었다가 거지가 된 사람도 있었다. 한 달만에 무려 1000배가 뛰었다는데, 놀랍다. 미두는 요즘엔 없는 거라 조금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쌀값이 오르고 내리는 것을 주식처럼 이용하는 것 같았다. 미두왕 반복창은 미두로 떼부자가 되었다, 결국 망했다. 주식시장도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미두와 주식에 투자하고 웃고 울었다. 재미있는 것은 '합백'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주식과 미두에서 잃은 사람들이 주식시장 앞에 모여 오늘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 쌀값이 오를지 내릴지 내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내기를 모아 다시 주식과 미두에 투자하기도 하고 ... 참 재미있는 현상이다. 2, 3부에 나온 부자들. 돈 개념이 정확히 얼만지 서지지 않아서 규모는 파악하지 못 하겠지만 정말 엄청난 부자들이 조선에 있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부자들이 있었다. 학교를 짓고, 사회사업을 하고 착한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름도 없었지만, 착한일을 많이해서 '백 선행'이라 불린 평양의 백 과부 이야기는 왠지 눈물이 났다.
사실은 이 책 보려고 찾아보다 보니까 일이 이렇게 커졌다. 캘리포니아에서만 있었을 것 같았던 골드러쉬. 그 골드러쉬가 한반도에도 있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많을까? 1930년대는 이 책의 제목 그대로 '황금광시대'였다. 그러고보니 이 책에서 몇몇 예를 든 문학작품(김유정의 '금따는 콩밭'이나 채만식의 작품)에서 금 이야기를 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냥 별 생각없이 지나갔는데, 그 소설들의 배경에는 전국을 금광에 열광하게 만든 골드러쉬가 있었다. 지식인이고 농민이고 할 것 없이 모두가 금을 찾아 떠나고, 투기가 일어나고, 보물선을 찾는 일들. 식민지 조선의 새로운 모습이었다. 저자는 현상을 밝히는 것에만 초점을 두지 않고, 이러한 현상이 나오게 된 원인은 당시 세계 경제와 일본 경제 등 주변 상황을 정리하고, 이러한 골드러쉬가 시작된 것은 일본의 정책 때문이었다고 정리한다. 그리고 미스테리들, 대체 이 금들은 어디로 갔는지, 아직도 한국에 금이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해본다. '자의 말처럼 언제고 황금에 미치지 않은 시절이 있었더냐' 싶지만, 이 책을 통해 본 1930년대는 정말 '황금광시대'였다.
네 권의 책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경성의 모습들이 머리속에서 퍼즐조각처럼 맞춰져 경성에 대해 조금은 알것같은 기분이 든다. 책들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사람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생각이었다. 연애사건이 빠지지 않고, 돈에 열광하고, 사생활이 있고, 소문이 있고, 지금의 우리네 삶이랑 참 비슷했다. 하지만 식민지 지배하에 있다는 것은 여전히 슬픈 시대상이다. 어느 책에서 나왔는지 모르지만, 조선인 부자들이 탄생하고 돈에 열광하게 된 것은 사회적으로 출세할 수 있는 길이 오직 돈 뿐인 시대였기 때문이라고 하는 저자의 말에 동감했다. 이 시대는 한반도가 처음으로 맛 본 자본주의 시대였다. 돈이 오직 출세의 길이었다. 주식과 미두에 열광하고 황금을 찾아 떠나는 것은 어쩌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는지도 모른다. 사건이 생기면 제일 먼저 의심받고 조사받아야 하는 조선인들, 살 길을 찾아 여기저기 떠돌다 사건에 휘말리던 사람들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기 힘들었던 그 시대의 슬픈 시대상이다. 비록 각 책당 별은 세개씩이지만 합치면 무려 12개. 1920~30년대 경성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추천한다.
경성기담은 심심풀이로 읽은 적이 있는데,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전 가십거리 쯤으로 치부하고 읽은거라. 생각하면서 읽을 걸 그랬어요. 전 이상하게 근현대사 그러니까 해방 후부터 60년대 70년대까지의 인상이 흐려요. 오히려 식민지 시대는 문학이며 온갖 운동들이 펼쳐졌던 시대인데다가 새로운 모습들이 많이 보여서 재미있게 봤었거든요. 슬픈 시대이기는 하지만 격동했던 시기이니만큼 재미있는 사건들도 많고 색다른 모습들도 많고요. 근현대사 쪽은 저에겐 큰 산이예요.
다시 올리신것 봤어요~ 근현대사는 사실 저에게도 산이예요 -_- 지난학기에 수업듣는데 진짜 너무 괴로웠어요 ㅠ.ㅠ 그 다음에 조금 알것같은 느낌?? 아웅 국사공부는 정말 학교다닐때 제대로 해야하는것 같아요. 관심을 가지면 또 알수있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소수에 그치잖아요. 그래서 전 이과도 국사시험봐야된다고 생각해요. 시험을 안보면 공부를 안하니 - 개인적으로 재밌기도 했고요~ 요기 나온 다른 책들도 재미있어요. 경성기담 재미있게 보셨으니 다른 것도 좋아하실 듯 - 개인적으로 '경성 자살 클럽'을 추천해드리고 싶은데, 이것도 심한 가십거리들이라서 말이죠 하하하 ;; 아무튼 백년전 이땅에 우리와 비슷한 일상사를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는게 참 신기해요 역시 역사는 돌고도나봐요
요즘 하루에 '박물관'이란 단어를 몇 백개는 보는 것 같다. 지금까지 읽은 여러 박물관 관련 책들 중에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들 몇 권 정리해 봤다. 몇 달 전부터 읽고 포스팅한다고 도서관에 안 갔다주고 쌓아놨다가 반납기간이 임박해서야 이제야 포스팅. 아, 역시 읽은 책, 본 영화등은 제때 포스팅 해야 그 기억과 느낌이 고스란히 남아있는데 ... 하지만 좀 지나면 그 기억과 느낌도 숙성되서 좋은것만 남아서 중요한 내용만 전달할 수 있다는 변명아닌 변명을 해본다.
'살림지식총서'에서 나온 책들은 옛날부터 즐겨봤는데, 얇고 가볍고 진지하지만 부담없는 내용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박물관의 탄생'도 그러한 책 중에 하나. 박물관에 대해 하나도 모를 때, 처음으로 읽기에 딱 좋았다. 박물관이라는 뜻의 영어 'museum'의 어원은 muse의 전당이라는 그리스어 'mouseion'. 어쩌면 처음부터 박물관은 신의 영역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의 영역으로 내려오면서 역사속에서 특권과 상징의 힘이 되었다. 누구나 박물관을 방문할 수 있게 된 것은 17세기 이후. 그리고 19세기 이후가 되서야 국민교육을 위한 박물관들이 생겨났다. 저자는 현대의 박물관은 근대적 규범과 미적 취향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훌륭한 박물관은 큐레이터에 의해 부여된 의미를 공개하고 관람객들을 의미의 창조과정에 동참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문화생활의 공간으로 알고있는 박물관, 사실은 근대성이라던가, 미학이라던가, 이데올로기라던가 여러가지가 결합되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보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대영박물관에 갔을 때 놀랐던 것은 그 규모보다 그 안에 있는 전시품때문이었다. 대체 어디가 '영국의' 박물관이라는 것일까. 그리스에서 떼어온 '엘렌 마블', 이집트의 미라들, 프랑스와 자기네가 서로 소장하겠다고 주장하는 '로제타 스톤'. 대영박물관에 가서 꼭 봐야 한다고 회자되는 것들 중에 영국의 것은 없었다. 오히려 그것들은 제국주의의 산물들이었다. 지난 학기에 국사학과에서 한일회담에 관련된 수업을 들었을 때, 문화재협정 부문이 흥미로워 그 주제로 기말페이퍼를 썼다. 그 때 내 머리속에 있었던건 이국의 땅에서 구경거리로 전락한 대영박물관의 전시품들의 모습이었다. 이 책도 페이퍼 쓰면서 읽었던 책인데 문화재의 중요성, 세계적인 문화재 약탈과 반환의 문제, 우리나라의 사례, 법정까지 간 사건들에 대해 정리되어 있었다. 이 책 읽고 문화재 관련 책 더 읽고 다시 보니 훨씬 더 전문적이고 잘 정리된 책들이 많이 있었지만, 문화재 반환문제를 처음 접근하기에는 이 책이 좋았다. 사례도 많고, 그림도 많고. 문화재를 약탈해간 나라들은 문화재는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자신들이 더 잘 보호할 수 있다며 문화적 '국제주의'를 주장하고, 약탈당한 나라들은 문화재는 원산국에 있을 때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고 문화 '민족주의'를 주장한다. 하지만 문화재를 소유한 나라들이 대부분 강국이고, 국제법적인 근거나 협의도 없어 반환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아주 가끔 돌려주기로 정한다고 해도 그것은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며 '반환'이냐 '장기대여'냐를 두고 갈등한다. 분명 우리 선조들이 만든 우리의 것인데 제자리로 돌아오기가 참 힘들다. 이럴때 필요한건 모두의 관심이다.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외규장각 도서 반환문제를 보면서 이 책에서 보았던 '문화재 약탈과 반환의 역사'를 떠올려 보았다. 지금까지 거의 없었던 성공적인 반환사례를 만드는 것, 이번 외규장각 도서 반환문제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일지도 모른다
박물관에 가서 대화해본 사람이 있을까. 같이 간 사람 말고, 큐레이터 말고 오브제들과 혹은 자기 자신과 말이다. 이 책을 읽고있으면 가보지도 않은 박물관들과 대화하는 기분이다. 저자는 세계 여러곳의 다양한 종류의 박물관에 들러 그 박물관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행기라고 하기도 모호하고, 박물관 전공서라고 하기에도 모호했지만 '세상에 이렇게 많고 다양한 박물관이 있구나'라고 알고, '박물관을 관람하는 법'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가보고 싶은 박물관들이 많아졌는데, 특히 일상과 가까운 박물관들이다. 박물관이라고 해서 몇 천년 이어온 유적이나 수만달러를 호가하는 미술품들이 전시대되어야 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에서 소개된 지역주민들이 앞장서서 세운 프랑스의 에코뮤지엄, 산업화로 인해 삭막해진 도시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영국의 '크리오든 클락 타워', 이민의 역사를 전시한 미국의 '산타바바라 성과 엘리스 아일랜드 이민사 박물관'이 가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저자가 권하는 '박물관에 가는 백 가지 방법'. 한 줄로 말하면 '박물관을 믿지 마라'인데 작품이나 유물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읽지 않고, 팜플렛이나 도록을 미리 사지 않으며, 정해 놓은 동선을 따르지 않고, 남의 의견을 참조하지 않고, 제한 시간과 방문 횟수를 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런 제약없이 온전히 박물관과 나와의 시간으로만 만들라는 이야기이다. 음, 글쎄 어느정도 설명을 읽을 필요는 있는것 같은데 그 설명의 틀에 갇혀서 자신의 생각을 놓칠 수도 있으니까 어느정도 무시하고 박물관과 대화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다음에 박물관에 가면 써먹어봐야지.
이번엔 식물원 이야기. 1주는 유럽의 식물원들, 2부는 일본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그렇다도 역사책도 아니다. 식물원, 혹은 자연사를 통해 본 문명의 역사라고 할까. 유럽의 자연사박물관들이 어떻게 자연을 전시하게 되었는지, 일본에 서구의 박물학이 들어오는 과정에 대해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서양과 동양, 자연과 인공물, 예술과 과학에 대해 통찰력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사실 매 장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전체적인 흐름은 파악하기 힘들었지만, 다 읽고나니 저자의 의도를 조금을 알겠다. 식물학, 자연사, 그리고 과학과 기술이 어떻게 유럽을 만들었는지, 아직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없는 우리나라는 어쩌면 처음부터 자연사에 대한 인식이 서구나 일본과 달라 그렇게 된건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다. 여담인데 자연사이야기 하면 식물의 분류 이런것 필요하니까 식물도감같은데 그림을 그리는데, 이 책 곳곳에 수록된 옛날의 식물도감 - 꽃 그림들이 참 예쁘다. 여행가면 남들 가는곳 나도 가느냐 정신없는데, 다음에 런던에 가면 큐식물원, 파리에가면 파리식물원 나가사키에 가면 데지마에 가봐야겠다.
러시아는 나에게 왠지 로망의 나라랄까. 이 책도 박물관학 있는 서고에서 보이길래 골랐다. 내가 원하는 내용은 러시아의 여러 박물관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는데, 이 책에서는 러시아의 박물관법이나 운영, 제도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어서 사실 별 도움은 안되었다. 그래도 러시아 박물관에 관련된, 더 나아가 박물관에 관련된 법과 제도들에 대해서 알 수 있었던 책. 러시아엔 참 신기한 박물관이 많았다. 박물관은 그 사회와 문화를 반영한 것이니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서양과 또 다른것 같다. 이래서 러시아는 로망의 나라. 책 내내 러시아 박물관의 모습들이 구석에 사진으로 나오는데 참 다양한 이름을 가진 다양한 종류의 박물관이 있어서 놀랐다. 건축양식이 특이해서 그런지 더 신기하게 느껴지는 지도 모르겠다. 제일 가보고 싶은 곳은 역시 에르미타쥬 박물관이지만 고생물학박물관, 인종지학박물관도 가보고 싶다.
이 리뷰를 씀으로써 드디어 내 책상에 세 달정도 쌓여있던 박물관 관련 책들을 반납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재미있어서 접근했는데, 이젠 알면 알수록 어려운 박물관. 그래도 책으로만 보면 또 모르는 부분도 있고 그렇다. 그럴땐 마음으로 느껴봐야 되는데. 다음에 꼭 시간내서 가까운 박물관에 다녀와야겠다.
박물관 관련, 흥미로워 보이는 책을 두루 섭렵하셨구나. 감흥이 덜 남아 있다고 하는데, 어우 읽어보니 생생하구만..... 나역시 니가 쓴 것 중에 가장 눈에 쏙 들어오는 건 "박물관을 믿지 마라"의 그 요약편. 나도 박물관 가면 한번 활용해봐야겠다. 사실 팸플릿 보고 안의 설명 다 보고.... 정해진 동선대로 안 돌아보면 큰일날 것처럼 굴잖아. 아 틀에 박히지 말고 마음껏 나만의 대화방식으로 박물관과 이야기해보라 이 말이지? ok. 접수!
살림지식총서! 저도 무지 좋아하는 시리즈예요. 살림이랑 책세상에서 나오는 우리시대 시리즈도 좋더라고요. 총서가 많이 없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계속 출간되는 책들은 참 좋아요. 박물관학에 대해서 이름만 들어봤는데, 아무것도 모르더라도 매력적이예요. 박물관이라는 장소 자체도 그러하고요. 두번째 책에 대해서 말씀하신 것처럼 저 역시 대영박물관이나 서양의 유명 박물관들을 보면 참 마음이 그렇더라고요. 씁쓸~
저도 살림지식총서 좋아해요. 우리시대 시리즈는 못봤네요 한번 볼께요. 맞아요 총서가 많이 없어지긴 했는데, 좀 다른 분야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려면 총서만큼 좋은게 없는것 같아요. 간닫히 읽기 쉽고 그림도 많고 재미도 있고~~ 박물관학 영어로는 museology예요 뭔가 신기하지 않나요 ㅎㅎ 그죠 루브르나 대영박물관이나 참 씁슬해요 읽어보니까 독일도 점령국것 싹 쓸어가려고 박물관 계획 하고 있었고, 세계대전 끝난 다음에 그 모아논걸 러시아가 가져와서 에르미타쥬에 있다고 하더라구요 ;; 에휴 - 끝나지 않은 분쟁이지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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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이라...
2010/04/05 12:19관심이 가긴 하지만,,,
벌여놓은 관심사들이 많아서 일단은 리뷰로만 만족해야겠어요. ^^;
근데 위에 있는 도서 링크가 현재창에서 열리네요. ;;; 새창으로 열리면 더 좋겠어요~ ㅎ
하하 요즘 책 리뷰 종종 올리시는거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2010/04/18 09:23네 알겠습니다~ 새창에서 열리도록 고쳐볼께요!!!
생물 다양성의 해라...
2010/04/05 22:21너무 어렵네요.
마치 생물다양성하면 해저탐사에서 못보면 심해물고기밖에 기억하지 못하는데...
왠지 어려울듯...ㅋ
어렵죠 ;; 어려워도 흥미로운 개념이더라구요. 근데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면서 많은 종류의 생물들을 만날텐데 일일히 다 기억해주지 못하는 점이 아쉽기도 해요 - 생물도 나름 재미있는 분야일지도 몰라요!
2010/04/18 09:22궁리에서 계속 좋은 책들이 나오네요. 아쉽게 제가 기다리고 있는 시리즈는 중단이 된 것 같지만요 T_T 생물다양성, 진짜 생물 시간이고 환경 시간이고 주구장창 들어왔던 단어인데, 이걸 다루는 책은 그리 많지 않네요. 생각해보니까 저도 거의 어렴풋이 배우거나 알고 있었고요. 생물 다양성의 해라니, 올해에도 기념(?)해야하는 해(?) 날(?)들이 많네요. 카펠라님 리뷰를 보니까, 책이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너무 인간의 편리나 영속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어요. 저도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2010/04/06 11:31+) 일본 원서를 읽고 계신다는 말에 오호 +_+ 멋있습니다!!
궁리에서 과학 관련된 책 좋은 책 정말 많이 나와요 - 기다리시던 시리즈는 무엇인지요? 생물다양성 책 진짜 없더라구요. 올해 생물다양성 해라 쏟아져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아직은 없어요 - 혜아룜님 댓글 보고 진짜 너무 인간에 초점을 맞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몇일 전에 읽은 다른 책에서는 그런거에 초점을 맞춘 것 같지 않아서 좋은 책을 봤어요
고것도 리뷰 할께요 ㅎㅎ
2010/04/18 09:24헉 일본 원서??? 다른 어떤 글들보다 확 눈에 들어오는데요... .우왕 ^^
2010/04/09 01:07하하하 공부삼아서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
2010/04/18 09:21